法學/저작권법

전주지방법원 2020. 12. 18 선고 2019가단31377 판결에 관하여

돌고래조련사 2021. 4. 15. 17:56

1. 들어가며

 

오랜만에 각급법원 판례공보를 보다가 전주지법 2019가단31377 판결에 관한 내용을 읽게 됐다(빨리 받아 보고 싶다면 www.scourt.go.kr/portal/news/NewsListAction.work?gubun=4&type=5 에서 메일링 서비스를 신청해라).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甲이 운영하는 홍보영상물 제작업체인 乙 프로덕션에서 제작팀장으로 근무하는 丙이 甲의 허락 없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甲이 丁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의뢰받아 제작한 홍보영상물을 甲이나 乙 프로덕션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채 게시하고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링크한 사안이다. 위 영상물은 저작권법 제2조 제13호에서 정한 영상저작물에 해당하는데, 丙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제작한 후 사업자등록을 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丙은 영상물의 저작권자를 표시하지 않은 채 유튜브와 홈페이지에 게시함으로써 대외적으로 마치 자신이 영상물을 제작한 것처럼 보이게 하여 자신의 영상제작 역량 을 홍보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고, 乙 프로덕션의 영상제작 능력 홍보 목적은 부 차적인 것이라고 보이므로, 丙이 위 영상물을 저작권자인 甲의 동의 없이 위와 같이 전시한 것은 甲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침해행위에 대한 丙의 고의 또는 과실도 인정되므로, 丙은 위 침해행위로 인한 甲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언뜻 보기엔 지극히 일반적이고, 또 타당한 판결로 보인다. 그냥 평범하게 말이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좀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 찾아보니, 역시나였다. 역시 *밥들이 숲은 보지 아니하고 나무만 오지게 본다는 말이 있는데, 그 덕에 찾은 거 같다.

 

2. 전시의 개념과 이 사건 판결의 흠

 

가. 전시의 개념

 

저작권법에서는 직접적으로 전시의 개념을 정의하지 아니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법 제2조 정의 규정에도 전시를 정의하는 내용은 없다. 전시라는 개념이 직관적이라서 해석에 다툼이 없어서 그런걸까 싶다(아 물론 있겠지만...)

 

그럼에도 "전시"라는 단어는 곧잘 쓰여지고 있는데 이는 전시권이 저작재산권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다.

제19조(전시권) 저작자는 미술저작물등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전시할 권리를 가진다.

 

그럼 또 의문이 든다. 미술저작물등이란 무엇인가. 답은 공표권 조항에 있다.

제11조(공표권) ③저작자가 공표되지 아니한 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이하 "미술저작물등"이라 한다)의 원본을 양도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저작물의 원본의 전시방식에 의한 공표를 동의한 것으로 추정한다.

 

즉, 전시권의 목적이 되는 저작물은 미술저작물, 건축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에 한할 것이다.

 

나아가 유형물을 전제로 한다고 할 것인데, 아니다 다를까 판례도 있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

구 저작권법은 같은 법 제19조 소정의 ‘전시’에 관하여는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그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위 법조에서 말하는 ‘전시’는 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이하 ‘미술저작물 등’이라 한다)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 등의 유형물을 일반인이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것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판결의 경우

 

그렇다면 저작권법상 "전시"는 유형물을 대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고, 엄연히 저작권법상의 법률 용어라고 할 것임에도, 이 사건 판결에서는 아래와 같이 "전시"라는 용어를 일반의 언어와 같은 선상에서 사용하였는바,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영상물을 저작권자인 원고의 동의 없이 위와 같이 전시한 것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위 침해행위에 대한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 침해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결론

 

일상어라면 모를까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사건의 판결에서 용법에 맞지 않는 "전시"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