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들어가며
저는 최근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면서 다음과 같은 상황을 겪었습니다. 소유자인 임대인이 집을 임대하면서 전세금은 6억원으로 하되 주택 인도 전에, 예컨데 4억원을 중도금조로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 1)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2) 만약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달리 해결 방안이 없는지, 3) 제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사안을 해결했는지에 관하여 다루어 보겠습니다.
2.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이 인정될 수 있는가?
(1)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의 발생 요건
제3조(대항력 등) ① 임대차는 그 등기(登記)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賃借人)이 주택의 인도(引渡)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제3조의2(보증금의 회수) ② 제3조 제1항ㆍ제2항 또는 제3항의 대항요건(對抗要件)과 임대차계약증서(제3조제2항 및 제3항의 경우에는 법인과 임대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증서를 말한다)상의 확정일자(確定日字)를 갖춘 임차인은「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公賣)를 할 때에 임차주택(대지를 포함한다)의 환가대금(換價代金)에서 후순위권리자(後順位權利者)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辨濟)받을 권리가 있다.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 관한 사안이므로 당연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경우이고, 법 제3조 및 제3조의2에서는 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요건 및 그 효과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대항력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주택의 인도 + 주민등록 (또는 전입신고)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우선변제권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대항력에 더불어, 즉 주택의 인도 + 주민등록 (또는 전입신고) + 확정일자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본 사안에서와 같이 임대인이 중도금을 요구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발생요건 중 하나인 주택의 인도가 충족될 수 없을 것입니다. 임대인이 잔금을 받으면서 임차인이 이사오는 날 비로소 주택의 인도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중도금 지급 이후 제가 주민등록을 하면서, 소유자의 점유를 간접점유로 본다고 하더라도 후술하는 바와 같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중도금 지급 후 잔금지급 및 입주, 전입신고 전까지의 기간동안 소유자인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에 관하여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집 자체를 매도할 경우 단순한 채권에 불과한 임대차 계약에 의하여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리스크를 안게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인정여부는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우선변제권은 대항력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대항력 인정여부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2) 주택의 인도가 있었는가? - (대항력 = 주택의 인도 + 주민등록)
주택의 인도란 주택에 대한 점유를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의 인도는 현실인도는 물론이고 간이인도, 반환청구권의 양도 및 점유개정에 의한 인도도 포함됩니다.
본 사안의 경우 현실인도는 잔금지급일일 것이므로 중도금 지급 당시에는 여전히 임대인의 점유하에 있을 것이므로 현실인도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간접점유가 가능할 것인데, 이 경우 주민등록의 공시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대항력 발생 시기에 제한이 생길 수 있습니다.
(3) 점유개정에 대한 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주택의 인도와 더불어 대항력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민등록은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임차권의 존재를 제3자가 명백히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공시방법으로 마련된 것으로서, 주민등록이 어떤 임대차를 공시하는 효력이 있는가의 여부는 그 주민등록으로 제3자가 임차권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주민등록이 대항력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공시방법이 되려면 단순히 형식적으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주민등록에 의하여 표상되는 점유관계가 임차권을 매개로 하는 점유임을 제3자가 인식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32939, 판결등>
위 판례는 주택 소유자인 갑이 1993. 10. 23. 을에게 그 주택을 매도함과 동시에 그로부터 이를 다시 임차하되 잔금 지급기일인 1993. 12. 23.부터는 갑이 임차인의 자격으로 이에 거주하는 것으로 약정하고 계속 거주해 왔는데, 정작 1993. 10. 23.자 매매계약에 대한 을 명의의 등기는 1994. 3. 9.에야 비로소 경료된 경우, 제3자로서는 을 명의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는 갑의 점유가 임차권을 매개로 하는 점유라는 것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할 것이므로, 1994. 3. 9.에야 비로소 갑의 주민등록이 위 임대차를 공시하는 유효한 공시방법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판례의 법리를 본 사안에 적용해 봤을 때, 제가 중도금을 지급하면서 그때부터 임대인의 점유를 통하여 간접점유한다고 보는 경우,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중도금 지급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임대차를 매개로 하는 점유임을 인식할 수 없으므로 대항력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민등록이 유효하지 않음)
그렇다면 간접점유자인 제가 직접 주민등록을 하면 안될까요? 이에 대하여 판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대항력은 임차인이 당해 주택에 거주하면서 이를 직접 점유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타인의 점유를 매개로 하여 이를 간접점유하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을 것이나, 그 경우 당해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지 아니하는 간접점유자인 임차인은 주민등록의 대상이 되는 '당해 주택에 주소 또는 거소를 가진 자'(주민등록법 제6조 제1항)가 아니어서 그 자의 주민등록은 주민등록법 소정의 적법한 주민등록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간접점유자에 불과한 임차인 자신의 주민등록으로는 대항력의 요건을 적법하게 갖추었다고 할 수 없으며, 임차인과의 점유매개관계에 기하여 당해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는 직접점유자가 자신의 주민등록을 마친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그 임차인의 임대차가 제3자에 대하여 적법하게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다.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5645 판결>
고 하여 부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살지도 않는데 당연한 것이죠...
(4) 소결론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현행법상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방법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도금을 먼저 지급한 리스크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3. 임대차등기
민법 제621조(임대차의 등기)
①부동산임차인은 당사자간에 반대약정이 없으면 임대인에 대하여 그 임대차등기절차에 협력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②부동산임대차를 등기한 때에는 그때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4(「민법」에 따른 주택임대차등기의 효력 등)
① 「민법」 제621조에 따른 주택임대차등기의 효력에 관하여는 제3조의3제5항 및 제6항을 준용한다.
② 임차인이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민법」 제621조제1항에 따라 임대인의 협력을 얻어 임대차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서에 「부동산등기법」 제74조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사항 외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어야 하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면(임대차의 목적이 주택의 일부분인 경우에는 해당 부분의 도면을 포함한다)을 첨부하여야 한다. <개정 2011. 4. 12.>
1. 주민등록을 마친 날
2. 임차주택을 점유(占有)한 날
3.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받은 날
제3조의3(임차권등기명령)
⑤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제3조 제1항ㆍ제2항
또는 제3항에 따른 대항력과 제3조의2 제2항에 따른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 다만,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이전에 이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되며, 임차권등기 이후에는 제3조 제1항ㆍ제2항 또는 제3항의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아니한다.
<개정 2013. 8. 13.>
민법 제621조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반대약정이 없는 경우 임차인에게 임대차등기의 협력을 청구할 권리가 있고, 이와 같은 주택임대차등기가 경료된 경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이점 :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소요될 것입니다. (자세히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4. 전세권 설정
민법 제303조(전세권의 내용)
①전세권자는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하여 그 부동산의 용도에 좇아 사용ㆍ수익하며, 그 부동산 전부에 대하여 후순위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전세금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점 : 본 사안과는 무관하나 비주거용 건물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대항력을 갖출 수 없는 경우 진또배기 물권으로 안심이 됨.
단점 : 정확한 비용은 계산해보지 않았으나 비용이 많이 소요됨. 전세금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비용도 올라가서...
5. 실제 사안의 해결
아무튼, 위와 같은 걱정을 하면서 집을 보러 갔는데 임대인 분이 가정도 건실하시고 딱 봐도 사짜는 아니다 싶어서 그냥 계약 했습니다.
네, 허무합니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서로간에 의상하거나 계약이 파토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에, 일단은 계약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다면 신뢰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사실 임차권등기나 전세권 설정은 경제학적으로 보험과 같은 성격이 있을터인데, 요새야 중개사도 끼고 거래하니 아무 위험한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사갈 집을 구하기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너무나 불안하다 싶은 경우에는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쓰다보니까 어차피 허무하게 끝난 걸 알아서 그런지 그냥저냥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쯤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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